이민 가정이 알아야 할 소통의 중요성 – 아이의 입장

지난 글 “이민 가정이 알아야 할 소통의 중요성 – 부모님 & 교육자의 입장”에 이어, 이번 글은 이민 가정의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학교 생활과 특수교육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민 가정이 알아야 할 소통의 중요성 – 아이의 입장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성인이 되어 미국에 온 부모님들은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실까요?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 처음 원격수업을 접하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던 부모님들도 많으실 겁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님의 개입이 교육에 매우 중요한데, 이민 가정들은 미국 학교 생활을 속속들이 알기가 쉽지 않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가늠조차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민 배경, 발달장애 등의 특징들이 겹겹이 쌓여 한 개인이 느끼고 겪는 경험이 특별해지는 것을 intersectionality, 교차성이라고 합니다. 몇세대째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미국인 가족과는 달리, 미국에 새로 이민을 오게된 가족은 새 언어와 문화에 적응을 해야하는 이민자 특유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가족은 아이의 발달 초기부터 진단, 서비스, 특수교육 시스템을 접하는 등 다른 가족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경험과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이민 가정, 그리고 발달장애라는 두가지 특성을 모두 가진 가족들은 intersectionality를 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다방면으로 소수자 (minority)라는 정체성을 띄게되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들이 가중되기도 합니다. Intersectionality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겪는 특수한 상황들을 알아보고 그 입장이 되어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학교 내 사각지대

이민을 온지 얼마 안된 아이들이나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본인 의사표현은 물론이고, 선생님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 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수업시간에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칠판에 적힌 글과 그림, 교과서, 각종 시각자료, 선생님의 몸짓,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다른 아이들을 관찰하고 어느정도 따라할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는 선생님과 보조교사들도 뒤처지는 아이들을 파악하기 쉽고 즉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언어장벽이나 장애로 인해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방황하고 자칫 방치될 수 있는 상황은 바로 체계가 덜 잡혀있는 시간 (unstructured time) – 이동 시간, 쉬는 시간, 체육시간 입니다. 특히 학기 초에 모든게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도움을 요청할 줄 몰라서 아이들이 우왕좌왕하며 수업을 못찾아 가는 경우가 있고, 알아서 교실을 찾아가야하는 상황이 많은 중학교부터는 난처한 경우가 더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감독이 느슨한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언어가 어려운 아이들이 쉽게 또래에게 다가가지 못해 외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약점으로 인해 다른 아이들의 따돌림의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교실밖의 시간에도 어른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것입니다. 야외에서 하는 체육수업은 교실에서와는 달리 시각적인 힌트가 매우 제한적이며 오직 선생님이 말로 내리는 지시를 따라야해서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헤매기 쉽습니다. 선생님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다른 아이들은 어딘가를 향해 재빨리 달려가는데, 그걸 보고 뒤늦게 따라하려니 뒤처지기 일쑤이고 본인의 실제 능력에 못 미치는 기록이 나오기도 합니다. 룰이 조금 복잡한 팀 스포츠도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해 남들을 보고 따라하려니 한발이 늦고, 어영부영하다 팀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 다른 아이들의 원망을 사기도 합니다. 특히나 예민한 사춘기 시기에는 학생 본인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꾸 튀게되고 남들보다 자신이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주눅이 들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영어가 서툰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이런 공통점들도 있지만 확연한 차이도 있습니다. 영어 실력 때문에 소통을 못하는 아이들은 어느정도 주변 눈치를 빨리 보는 법을 터득하여 적응을 해나갑니다. 반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려운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은 남들을 보고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변의 도움없이는 혼자 동떨어진 상태가 지속될 수 있어 더욱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사각지대를 줄여주는 소통

교육자들도 본인이 이민자이거나 발달장애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어떤 아이들은 학교에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습니다. 표현이 어렵거나 상처받은 아이들의 침묵을 괜찮겠거니 하며 지나치기보다, 아이들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들은 세상을 많이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들에게 어떤 선택과 권리가 주어진지 잘 모르기에 경험이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속마음을 파악하고 자신감을 보호해줄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측에서 아이들을 돕기위해 1대1 보조교사 (1-on-1 aide)나 특수교육, 치료 서비스를 부모님과의 상의하에 제공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인 아이들과의 소통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대1 보조교사를 붙여서 아이가 집중적인 도움을 받고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본인만 어른이 졸졸 따라다니는데 거기에서 오는 창피함은 생각해 보았는지, 어른들이 너무 서비스 시간에만 연연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조교사가 단계적인 prompting을 주며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도록 자립심을 길러주는지, 혹은 아이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아 아이가 어른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지도 아이의 심리발달에 큰 영향을 줍니다. 수업 도중에 아이만 따로 불려나가서 도움을 받는 pull-out class도 아이가 원치않는 주목을 받아 일종의 낙인 효과 (stigmatized)를 느껴 더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영어가 부족해서, 혹은 장애로 인해 특수한 서포트가 필요하다면 그 상황을 아이에게도 충분히 사전에 설명을 해주고 아이의 감정을 고려하여 결정을 해야합니다.

아이들은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또는 주변에 걱정을 끼치는 것이 두려워 어른들에게 마음을 터놓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을 헤아릴 수 있는 경험있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게 중요합니다. 이민자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영어도 잘 하는 것 같고 어른들과 대화도 곧잘해서 사회성이 좋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님보다는 영어를 잘 하지만 또래 아이들보다는 떨어지는 것을 부모님이 눈치채지 못하기도 합니다. 또한, 어른들은 아이의 레벨에 맞춰 배려해주며 천천히, 또박또박 대화를 해주지만, 또래 아이들은 왁자지껄한 놀이터에서 재빠르게 농담과 장난을 주고받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래 사이에서의 유행을 알고 나눌 관심사와 이야깃거리가 있는지, 서로 친구로 여기는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더 정확한 사회성의 척도일 것입니다. 부모님이 이 부분들을 놓친다면 학교 선생님들도 부모님의 특별한 요청이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겨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때 미국 교육 시스템, 발달 심리, 그리고 이민 가정과 발달장애의 intersectionality를 이해하는 중재자의 도움은 자칫 놓칠 수 있는 아이의 학교생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부모님이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디테일을 빨리 캐치하는 눈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한인 이민 가정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미국 학교 시스템과 일상, 발달장애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아직은 많이 없기 때문에 아이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겨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그런 경우 최대한 주변의 조언을 많이 구하시고 고민되는 부분을 학교측에 적극적으로 꾸준히 표현하셨으면 합니다. 특히 이번 글에 거론한 체계가 덜 잡혀있는 unstructured time에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학교에 요청을 하신다면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심적 고통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입니다. 또한, 부모님께서 아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아이가 본인 의사를 표현하도록 장려해주시길 바랍니다. 본인에 대한 결정에 참여하는 습관을 최대한 일찍 들여놓기 시작한다면 타인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신을 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이는 먼 훗날 대신 대변해줄 부모님이 없더라도 아이 스스로 본인이 주도적인 삶을 이끌어 나가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이현수 박사 | 특수교육 컨설턴트 / 연구원

Special Education Research, Advocacy & Consulting (SERAC 세락)

UCLA Center for Autism Research and Treatment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