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가정이 알아야 할 소통의 중요성 – 부모님 & 교육자의 입장

지난 Intro 글에 이어, 이번 글은 많은 이민 가정들이 마주하는 어려움,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를 둔 부모님과 교육자/치료사 간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그리고 이상적인 소통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모님이 겪는 어려움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두신 한인 부모님들은 이민 생활을 하며 생업에 대한 압박, 가정 불화나 가족 분거 등 가정의 근간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고, 아이의 장애에 대한 걱정과 한인 커뮤니티의 장애에 대한 인식 또한 이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민자 개인으로서의 고충도 큽니다. 언어 장벽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이 드는 순간까지 자존감을 괴롭히지만, 그래도 생계를 꾸려가야 하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 새도 없이 또 세상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갑니다.

아이들 특수교육에 관해 한인 부모님들이 흔히 겪게 되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봅시다. 공립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자녀의 부모님이라면 누구든지 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를 겪게 됩니다. IEP 문서는 뭐가 이리 많은지, 아이의 심리 검사 리포트와 교육 진행 상황 등이 담긴 수십장의 문서를 꼼꼼히 다 볼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하고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는 부분도 있지만 별 다른 수가 없습니다. 영어가 서툴러 주변인에게 도움 받는 것도 한두번이지,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결국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미팅에 참석하게 됩니다.

미팅은 역시나 학교 측 사람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로 채워집니다. 학교에서 불러준 통역사도 결국 교육구 소속이기 때문에 완전히 내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팅은 진행되지만 사전 정보도, 영어도 부족해서 다 알아듣지 못하는 와중에, 내가 끼어들 새도 없이 본인들끼리 이야기하고 결정을 내려버립니다. 통역사는 영어와 한국어를 잘 하긴 하는데, 특수교육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의미전달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몇가지 불만 사항을 겨우 전달 했지만 내가 이상한 말을 하는 걸까 하는 걱정도 되고 속 편히 말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기 때문에 썩 맘에 들지 않는 결정들을 결국 승인하게 됩니다.

IEP미팅 뿐만 아니라, 평소에 아이의 선생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어쩔 땐 내가 힘들어서, 또는 유난 떠는 학부모로 찍힐까봐 웬만한 일은 그냥 참고 지나가게 됩니다. 학교 외에도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려 하면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한시가 급한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서비스 제공자에게서는 도통 연락이 오질 않습니다. 서비스 제공자를 고르는 것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국어와 영어를 할 줄 알고 실력까지 좋은 전문가를 만나고 싶은데 이 작은 한인 사회에선 옵션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교육자의 입장 & 이상적인 소통법

아직은 미국에 한인 특수 교육 관련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보니, 미국 교육자/치료사들과 한인 부모님들 간에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가 비일비재 합니다. 단순히 언어 장벽 뿐만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기대, 그리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같은 경우, 불만이 있으면 바로 바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익숙한 문화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본인의 생각과 질문을 표현하는 걸 장려하고,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일반 성인들을 보면 붙임성과 표현력이 참 좋습니다. 부당한 상황이 생기면 나서서 말을 안하는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여기며,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에도 자신이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전문가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합니다. 이런 문화는 웬만한 문제는 말을 하지 않고 지나가거나 선생님이나 전문가들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기는 한국 문화와 대조됩니다. “말해서 뭐해” 또는 “극성 부모로 비춰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부모로서 할 만한 요구도 함구하는 것은 미국인들에겐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부분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알려야 한다는 마인드가 기본으로 장착이 되어 있어서, 상대방이 말을 해주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줄 압니다. 꼭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면 크고 작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평소에 부모님이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IEP같은 중요한 미팅 때 처음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 교육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문제없이 학생의 교육이 잘 진행된다고 믿고 있었는데 자신의 직장 상사, 동료, 선후배가 있는 자리에서 이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자신에 대한 불만이 갑자기 터져나오면 방어적인 태세가 되고, 이것은 원만한 미팅 진행을 방해합니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여태껏 기회가 많았는데 부모님이 본인에게 따로 알려주지 않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반면, 평소에 부모님의 아이를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해주는 선생님이나 치료사가 있다면, 중대한 미팅 자리에서 그런 노고를 칭찬해 주면 긍정적인 효과가 배로 됩니다. 부모님이 효율적인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중대한 사안은 교육자들과 개인적으로 꾸준히 상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간혹, 성격은 적극적이지만 영어가 서툴러서 마음만큼 아이의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학교/서비스 제공자가 보내는 편지나 이메일에 때론 부모님들의 답장이나 참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언어 장벽으로 인해 참여가 어려운 경우, 창피해 하지 말고 미리 선생님/치료사에게 알려야 합니다. 부모님이 말없이 불참하고 무응답으로 일관한다면, 교육자의 눈에는 아이를 방관하는 답답한 부모님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영어가 서툴러도 미팅에 얼굴을 비추고, 가정 상황에 대해 종종 이메일을 보내주는 부모님에게 교육자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만약 부모님의 소통을 도와줄 사람과 함께 동반하는 노력까지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교육자들에게 부모님이 “소통이 원활하고 친근하며 나를 좋아해주고, 내 동료/상사 앞에서 내 장점을 치켜세워주는 나의 편”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진다면, 아무래도 부모님의 아이에게 더 신경을 써주게 됩니다. 부모님들께서 본인의 이미지 메이킹에 적극적으로 임하다보면, 교육자들과 더욱 건설적인 관계를 다지게 될 것입니다.

이민 가정이 겪는 어려움들은 다행히도 교육계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관련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로운 이민 생활, 본인을 챙길 새도 없이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의 교육에 힘쓰시는 부모님들께 박수를 보내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다음 번엔 “이민 가정이 알아야 할 소통의 중요성 – 아이의 입장”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현수 특수교육 컨설턴트 / 박사과정 연구원

Special Education Research, Advocacy & Consulting LLC (SERAC)

UCLA Center for Autism Research and Trea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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